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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러진 이빨 치료하기
    박씨가 돈 쓰는 법 2020. 6. 21. 18:05

     

    응급실은 가지 않기로 하고 잠에 드는데, 이상하게 어릴적 TV와 게임에서 본 하키 선수들이 생각났다. 왜인지 그들은 이빨없는 사람이 많았고, 또한 그 모양 그대로 살고있었다.

     

     

     

    "기사님, 그냥 요 앞에서 내려주실래요?"

     

    금요일 밤, 얼큰하게 취해 택시로 귀가하던 박씨는 문득, 조금 일찍 내려 집까지 걷기로 했다.

    천상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박씨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1.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으니 걸으면서 술을 좀 깨자.

    2. 걸으면서 내일 오전에 해야할 일에 대해 생각들을 좀 정리하자.

    3. 원체 많이 먹어댔으니, 그래도 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집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6월 중순 자정을 갓 넘긴 시각의 밤길은 오히려 에어컨을 틀어놓은 택시 뒷좌석보다 선선했다.

    오르막 내리막이 몇번 반복되는, 제대로 닦여지지 않은 험한 길이었는데, 그런건 아무렇지 않았다.

     

    한 5분정도 걸었을까.

    약간 기분이 좋아진 그는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지 주머니 속에 대충 꽂아둔 스마트폰과 지갑이 덜렁거리는게 느껴졌는데,

    이러다 이 친구들이 주머니를 탈출할까 약간 걱정이 되어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는 순간이었다.

     

    발끝에 뭔가 '탁'하고 걸리더니, 얼굴에 굉장한 충격이 왔고, 눈앞에는 아스팔트 바닥이 자리해있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이빨이 부러졌음을 직감했다.

    아마 입 안에서 모래인지 이빨의 파편인지 모를 것들이 피와 침을 타고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었다

    절반만 남은 안경이 한쪽 귓바퀴에만 걸린채로 볼위에 남아있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된건지 상황파악도 안된 상황이었는데,
    입에서 평소에 안하던 욕지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내 속에 있던 다른 존재가 화를 벌컥 내는것 처럼.

     

    가방에 있던 회사 노트북, 지갑, 핸드폰이 다행히 무사함을 확인하고

    '이 무슨 역대급 불효인가' 생각하다가 자고있던 당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는 또 무슨 죄로 자다가 이런 소식을 듣는단 말인가)

    아파트 입구 앞 벤치에 앉아 지난 한시간 정도동안 있던 일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속상함, 억울함, (특히 얼굴을 다쳤다는 것으로 인한) 무서움 + 막막함

    30대가 되고 나서 처음 흘린 눈물이었다. ㅠㅠ

     

     


     

    다음 날 아침, 치과를 찾았다.

    술이 깨지 않은데다 속도 영 좋지 않은 상태인데다 아파서 양치는 제대로 못했고,
    결과적으로 치과까지도 술냄새를 풍기며 가는 엄청난 실례를 저지르고 만다.

     

    치과 의사 선생님은 내가 사고 후 만난 사람중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묻지 않은 첫번째 사람이었다.
    그는 차분하게, 이빨 하나는 완전이 절반 이상이 날아갔고, 그 양 옆의 친구들도 조금씩 깨진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양 옆의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때우기'작업을 하면 된다. 

    완전 깨진 이빨은 신경치료를 몇번 해보고 경과를 살핀 뒤 두가지 방법중 한가지를 택하게 된다.

    1. 경과가 좋을시, 현재 남은 이빨을 조금 더 살려서 그 위에 이빨 비슷한 것(크라운)을 씌운다. 

    2. 경과가 좋지 않을시, 현재 남은 이빨은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버린 후 임플란트를 하게 된다. 

    아! 당연히 그 사이에 신경치료이니 뭐니 하는 과정의 치료비는 당연히 별도로 청구된다!

     

    약간 깨진 이빨 때우기 :  개당 10만원.

    크라운 (씌우기) : 재질에 따라 40 - 60만원.

    임플란트 : 100만원 이상.


     

    아마 이 글에 검색 유입이 있다면 아마 당신도 불의의 사고로 치아를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걱정마시라. 생각보다 앞니가 본인 것이 아닌 인구가 많다.

    친구 S는 대학생 시절 나와 같은 사고를 당했는데 학교에 앰뷸런스가 왔었고,

    직장동료 E는 눈이 온 겨울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으로 넘어져 마찬가지로 이빨을 잃었는데 의식을 잃고 실려갔다고(...) 했다.
    (이 분 정말 좋은 형이다. 나에게는 엄청난 위로였음.)

    기타 등등 축구하다 빠진 사람 어릴때 싸우다 빠진 사람 등등 한둘이 아니므로, 더 큰 사고가 날수도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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