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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골라주는 여자
    팔자에 없던 IT의 길 2020. 10. 28. 18:47

    재미있는 서비스라 생각해서 몇 자 메모해두었는데, 다 적고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이렇네 저렇네'하는 꼴이 되었다.

    내 블로그는 한낱 우주 먼지에 불과하지만 만일 문제가 된다면 삭제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 광고 사이를 헤집다 발견한 서비스.
    '남성 전용 맞춤 패션 스타일링' 서비스로, 원하는 스타일링을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알아서 옷을 골라 보내준다.

    보내주는 옷과 상관없이 회당 이용료는 7 ~ 10만원.

     

    마케팅적 발상 Level에서는 영리(또는 영악)하다고 생각했다.

    패션 스타일링이라는 닳고 닳은 서비스를 소개팅 앱의 감성 + 헤어샵식의 문법으로 풀어냈기 때문.

    특히 웹사이트와 광고 모두 주인공은 잠재적 사용자가 구매할 옷이 아니다.

     

    가장 앞쪽에 담기는 것은 수려한 외모의 여성 스타일리스트 & 그들이 옷을 고르고 포장하는 장면이다.

    (이 모든것이 옳고 그르고를 차치하고) 이 포인트에서 잠재적 고객은 옷보다 내 또래의 세련된 이성이 내 주문을 읽고 교감 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타 요소에서 동질의 서비스가 있다고 할 때, 이들이 어떤 비교우위를 갖고 시작하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다시 말해 이 서비스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꼴을 하고 있으나, 

    큐레이션 서비스의 본질인 '타임 세이브'나 '귀찮음 덜기'를 제공하기보다는 일종의 소개팅 경험을 팔고 있는 셈이다.ㅋㅋ

     

    알고보면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헤어샵은 이미 오래전 (다음카페 시절)부터 이 방식이 스탠다드로 자리잡았고, 

    피트니스 도메인의 서비스이 언젠가부터 유사한 마케팅 머터리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이 하고있는 (잘 모르는 영역이지만) 20대 남성 타겟의 소위 '동대문 의류업' Nature가 발목을 잡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정 수준의 개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기존의 동대문 의류 유통업의 관점에서는 숫자 앞뒤가 도저히 맞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다.

     


     

    위와 같이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1.  서비스명 : '옷골녀'라니요 ㅠㅠ

     

    사실 나는..

    - 이런 종류의 Naming도 더럽게 못할 뿐더러,

    - 멋진 상징보다 직관적인 단어를 좋아하고,

    - 사실 '서비스명이 뭔들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 엥간히 구린 워딩에도 '왜? 그게 어때서?'라고 하는 사람인데... (ㅠㅠ..)

    다소 올드한 폰트가 결합되서인걸까. 유난히.......벼ㄹ.로...다...

     

     

    2. 타겟 : 왜 시간 많고 한창 미팅/소개팅 많이 할 20대죠?

     

    '한번 구매해볼까' 싶어 둘러보던 나는, 우선 옷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판단을 먼저 했다.

    내 눈에는 대학생이 소개팅에 나갈때 입으면 좋을 옷들이 수십 수백개가 깔려 있었기 때문.

     

    그 다음에 비로소 '아, 내가 타겟이 아니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왜 20대 남자애들을 타겟으로 잡았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됨.

     

    - 시간 없고 옷 몰라서 대신 골라줘야 하는것도 20 후반 - 30대 이상이고

    - 쓸 돈이 (비교적) 많은 것도, 돈을 낼 의향이 있는 것도 20 후반 - 30대 이상임.

    - 일종의 간접 소개팅 경험에 대한 갈망은 30+ 이상 싱글남성에게서 가히 폭발적.
      (왜 틱톡의 코어 유저는 z세대가 아니라 아재들인가를 생각해볼 것)

     

    대척점에 있는 30대 싱글 아재인 나로 말하자면

    - 한때 옷을 좋아했으나 (간혹 고가 브랜드 의류 구입)

    - 이제 살이 쪄서 과거 좋아하던 브랜드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으며, 

    - 여전히 옷입는데 있어 처지고 싶지는 않은데 귀찮기도 하고,

    - 이 인지 부조화를 약간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아주 땡큐인 사람인 것이다.

     

     

    3. 주문 큐레이션 경험 :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쳤습니다ㅠ

     

    옷을 대신 골라줘야 하는데서 오는 리스크 + 만족도 제고를 위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주문을 받고자 하는 기획 의도는 당연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소개팅 대학생 옷을 골라주실 스타일리스트를  상대로 무슨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 그만 지치게 되었다.

    [스타일링 프로필] '받고 싶지 않은 옷' 문항을 마주하고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박씨 (이런거 보내주면 우짜누!!)

     

    같은 내용의 질문을 하더라도,

    - 최---대한 더 간단하게. 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 오픈 퀘스천이 되면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 그림으로 선택하면 어떨까

     

    - 각각의 유저별로 원하는 만큼의 engagement를 가져가도록.
       : N단계까지 준비해놓고, 하고싶은 사람은 N단계까지 / 아닌 사람은 최소한의 단계만 하게 하거나 '일단 받아보셈' 스킬 시전

       : 바쁜 대인배는 일단 받아볼 것이고, 나같은 쫄보는 재미만 있다면 100개쯤 대답할 것이다.

     

    - 예컨대 벤치마크는 이런 것들?

       : 유튜버들이 하는 이상형 월드컵 느낌쓰

       : 넷플릭스 가입 후 좋아하는 작품 고르기? / 왓챠피디아 => 취향을 쌓을수록 딱 맞는 옷을 받게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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