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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의 나와 대화하기
    팔자에 없던 IT의 길 2021. 8. 4. 21:46

     

    1. 직장 동료 S와 내가 이야기를 나눈다.

    S : (어제 파트너사에 내보낸 발주 문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건 왜 이렇게 한거지?
    박씨 : 음 아마 어제의 우리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S : 아놔.. 그 새끼들 일 개판으로 하던데. (어제 나간 문서를 다시 꼼꼼하게 보기 시작한다.)

     


    2. 아닌게 아니라, 나는 진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존재인가를 (꽤 자주) 의심한다.

    특히 '잠'이라는 무의식의 구간이 중간에 있다보니, (위와 같은 상황에서 특히ㅋㅋ) 의심은 더욱 배가된다.

    증명에 대한 부분을 논하자면, 어제의 박씨에게 '넌 나랑 같은 존재니?'라고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인데, 입증 책임은 그 둘이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는 쪽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 놀랍게도 유튜버 '1분과학'님이 다루어주셨다. 속이 시원!

     

    3. IT업에서 '요구사항 변경'(이라고 고상하게 쓰고 '말 바꾸기'라 읽는다.)은 사실 영원한 갈등요소이자 논쟁거리다.

    뭐 대단한게 아니고 일 다해놨더니 왜 이제와서 말을 바꾸냐는 것인데,

    난 이런 상황에 맞서 마음을 바꾸는 용기가 PM에게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음이 안바뀌면 모든게 평화롭겠지만,

    90%이상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한데다 심지어 어제의 나는 다른 양반인데 어떻게 말을 안바꾸나..

    그래서 사실 나는 마음을 바꾸는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구구절절 부연설명과 변명을 크게 달지도 않는다.

    박씨 : 아 저 있잖아요. 지난주에 말씀드린 거. 그게. 제가. 죄송한데 마음이 바뀌었어요 ㅎ
    개발자 : (얘는 뭔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ㅎ

     


    4. 결국 어제와 오늘의 내가 대화를 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미시적인 레벨의 논리를 다루는 개발자 진영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만들어 왔다.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버전관리의 테크닉이나, 주석(*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본인의 산출물안에 아주, 아---주 편리하게, 다른 사람은 모르게 메모를 남길 수 있다)같은 부분은 타 분야의 그것보다 훨씬 진화해있다고 본다.

    이들이 기계에 능통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다.

    나도 언젠가부터 개발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가끔씩 어제의 내가 친절하게도 남겨둔 메모를 보거나, 미래의 나에게 자그마한 편지를 띄워놓기도 하는데, 간혹가다 '개발자란 사람들은 이미 미래의 본인이 다른 사람이란걸 알고 있었군'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거/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할 수단이 있다고 했지, 그 양반과 말이 잘 통하다고 한적은 없다ㅋ

     

     


    * 썸네일 : <Not to Be Reproduced>, René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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